GPT-5.6과 Fable 이탈 — 모델 스위칭 게임에서 하차한다
7월 9일 OpenAI가 GPT-5.6(Sol·Terra·Luna)을 ChatGPT·Codex·API 전반에 일반 출시했다. 같은 주에 Anthropic은 Fable 5를 구독 플랜에서 뺐다. Claude Code를 메인으로, Codex를 서브로 쓰는 입장에서 “이제 메인을 갈아타야 하나”라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한 주였다. 결론부터: 갈아타지 않는다. 대신 모델 스위칭 게임에서 하차한다. 이 글은 그 결론에 도달한 과정이다.
배경 글: Claude Code vs Codex — 주력 에이전트 선택, Fable 5 — 3일 만에 막힌 모델
전환 고민의 출발점
최근 Fable 5, Opus 4.8, Sonnet 5를 effort를 바꿔가며 써봐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잦아졌다. 특히 프롬프트에 적은 범위를 벗어나는 수정(scope creep)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여기에 GPT-5.6 성능이 뛰어나다는 커뮤니티 반응, “클코는 비용이나 품질에서 예전같지 않다”는 여론까지 겹치니 Codex 요금제를 올려서 메인을 옮기는 그림이 자꾸 그려졌다.
다만 GA 기준 3일 된 모델이다. 출시 직후 허니문 기간의 커뮤니티 반응은 할인해서 봐야 한다.
GPT-5.6이 실제로 뛰어난 지점
벤치마크를 영역별로 보면 한쪽 압승이 아니라 영역이 갈린다.
| 영역 | 우세 | 근거 |
|---|---|---|
| 레포 단위 코딩 | Fable 5 | SWE-Bench Pro: Fable 5 80% vs Sol 64.6% |
| 에이전틱/터미널 작업 | Sol | Terminal-Bench, BrowseComp, OSWorld, Agents’ Last Exam |
| 토큰 효율 | GPT-5.6 압승 | Terra·Luna가 약 1/3 시간, 절반의 출력 토큰, 약 1/4 비용으로 Fable 5 수준 |
| 가격 | GPT-5.6 | Luna $1/$6, Terra $2.50/$15, Sol $5/$30 vs Fable 5 $10/$50 |
비용 얘기는 반박할 여지가 별로 없다. “클코가 비용에서 예전같지 않다”는 체감은 착각이 아니라 실제 가격 구조가 그렇다. Luna는 달러당 벤치마크 점수로 Fable 5의 5–7.5배라는 분석까지 있다.
견제 포인트도 있다. SWE-Bench Pro는 OpenAI가 출시 전날 “태스크의 약 30%가 깨져 있다”는 글을 내면서 논란 중이다 — 벤치마크에서 이기면 인용하고 지면 방법론을 문제 삼는 패턴이라는 지적도 있어서, 진실은 확인 불가로 남겨둔다. 그리고 내 핵심 불만인 scope creep은 Codex로 간다고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다. GPT 계열의 오버엔지니어링 경향도 꾸준히 지적돼 왔고, 이건 벤치마크로 안 잡히는 영역이라 직접 워크로드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Sol·Terra·Luna는 effort가 아니라 티어다
처음엔 Sol/Terra/Luna가 Claude의 effort 레벨에 해당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다. 모델 체급 티어다. 클로드로 치면 Opus/Sonnet/Haiku에 해당하고, 각 티어가 별도로 effort 레벨을 가진다. 축이 두 개다.
| Anthropic | OpenAI | |
|---|---|---|
| 축 1: 모델 체급 | Fable > Opus > Sonnet > Haiku | Sol > Terra > Luna |
| 축 2: 추론 강도 | effort (low–xhigh, max) | effort (none–xhigh, max, Sol은 ultra) |
그러니까 “Luna @high” 같은 조합이 가능하다. 참고로 “GPT는 한 모델이 알아서”라는 이상향도 실상은 다르다 — Sol/Terra/Luna 출시 직후 분석가들이 내놓는 게 “Luna 기본, 어려우면 Terra Max로 에스컬레이션, Sol은 전문 작업용” 같은 라우팅 가이드다. 티어 셋에 effort까지 조합하면 선택지는 GPT 쪽이 오히려 많다. 선택 피로는 Anthropic만의 죄가 아니라 업계 전체가 사용자한테 떠넘기고 있는 미해결 과제다.
Fable 5, 구독에서 빠지다
7월 12일 오후 11시 59분 PT(한국시간 13일 오후 3시 59분)까지가 유료 플랜 포함 액세스의 마지막이다. 이후엔 선불 크레딧 방식으로 전환된다 — 입력 $10/출력 $50 per 1M 토큰. 크레딧을 안 켜두면 유예 없이 액세스가 끊기고, 다른 모델로 자동 폴백도 없다. Anthropic은 “용량이 허락하는 대로 구독 복귀”를 약속했지만 시점은 없다.
그래서 “Fable 단일 사용”은 검토했다가 접었다. 이유가 세 겹이다.
- 비용 구조가 메인 드라이버용이 아니다. $10/$50은 Opus 4.8의 2배, Sol의 2배, Terra의 4배다. 크레딧 기반으로 일상 에이전트를 돌리면 원래 불만이던 비용 문제가 최악으로 치닫는다.
- 가용성이 불안정한 모델은 단일 기반으로 삼기 위험하다. 6월 9일 출시 → 3일 만에 수출통제로 제한 → 재개 후 50% 주간 한도 캡 → 크레딧 전용 전환. 한 달 사이에 접근 조건이 네 번 바뀐 모델이다. 상시 운영 워크로드를 여기에 의존시키면 정책 변경 한 번에 파이프라인이 멈춘다.
- 원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다. scope creep은 Fable에서도 겪었다. 단일화는 답이 아니고 백업 경로만 없앤다.
Fable의 적정 포지션은 “고용”이 아니라 시간당 비싼 외부 자문이다. 크레딧을 소액만 충전해두고 아키텍처 결정·난제에만 선택 호출.
덧붙이면 — “GPT-5.6은 구독 포함인데 Fable은 불포함이면 Anthropic은 이길 생각이 없는 건가”라는 의문에 대한 내 정리는 이렇다. 의지가 아니라 서빙 원가의 문제다. OpenAI는 “구독에 넣어도 안 망하는 효율”을 만들어서 전면 포함 공세를 폈고, Anthropic은 Fable을 전 구독자에게 풀면 인프라가 못 버틴다고 판단해 한정된 컴퓨트를 API·엔터프라이즈에 우선 배분했다. 이번 라운드의 서빙 경제학은 OpenAI가 이겼다. 소비자 구독 딜만 놓고 보면 지금 이 순간 OpenAI가 더 좋은 조건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Sonnet 5 vs Opus 4.8 — 위계가 깨졌다
6월 30일 나온 Sonnet 5는 데이터가 흥미롭다.
| 벤치마크 | Sonnet 5 | Opus 4.8 |
|---|---|---|
| SWE-bench Pro (심층 코딩) | 63.2% | 69.2% |
| Terminal-Bench 2.1 | 80.4% | 74.6% |
| OSWorld (컴퓨터 사용) | 81.2% | 83.4% |
| GDPval (지식노동) | 1618 | 1615 |
| USAMO (수학) | 79.5 | 96.7 |
Terminal-Bench에서 중급 티어가 같은 하네스에서 플래그십을 이긴 첫 벤치마크가 나왔다. Sonnet 5 자체의 변화(새 토크나이저로 토큰 +30%, Adaptive Thinking 기본 켜짐, effort별 동작 차이)는 이전 글에서 정리했으니 여기선 비용 함정 하나만 짚는다 — effort를 xhigh로 올리면 Opus 기본 수준 비용이 되는데 Opus가 절반 시간에 끝낸다. 즉 Sonnet 5는 low–medium에서 굴릴 때만 가치가 극대화된다.
여기서 내 불만은 이거였다. 왜 하위 모델이 상위 모델을 이기는 영역이 있게끔 출시하나. 티어라는 개념 자체가 “상위는 모든 면에서 우월하고, 선택 기준은 비용 하나”라는 약속인데, Sonnet 5가 Terminal-Bench에서 Opus를 이긴 순간 그 의미 체계가 깨졌고 혼란 비용은 사용자에게 전가됐다. 버전 표기도 마찬가지다 — Fable 5, Sonnet 5 옆에 Opus 4.8이 있으면 누가 봐도 “Opus는 구세대인가”라는 인상을 받는다.
원인 자체는 구조적이다. Opus 4.8은 5월 28일, Sonnet 5는 6월 30일 출시 — 한 달 더 새로운 학습 기법으로 만들어진 작은 모델이 특정 영역에서 큰 구세대 모델을 이기는 역전이 생긴 것이고, Opus 5가 나오면 위계는 다시 정렬될 거다. 하지만 그 설명이 “정렬될 때까지 사용자가 매트릭스를 외워야 하는” 피로를 줄여주진 않는다.
모델 스위칭 피로 — 이 글의 핵심
“작업별로 최적 모델·effort를 골라 쓰라”는 가이드는 널렸다. 나도 한동안 그 게임을 했는데, 결론적으로 그만두기로 했다. 근거는 이렇다.
라우팅 최적화의 경제 논리는 토큰당 과금에서 나온다. “Haiku가 Opus보다 토큰당 15배 싸다”는 계산은 API 종량제나 대량 운영 팀한테 실돈이 걸린 얘기다. 하지만 Max 구독에선 한계비용이 0이고 제약은 쿼터 하나뿐이다. 그러면 목적함수가 “토큰 비용 최소화”에서 “쿼터 내 최대 활용”으로 바뀌고, 그 최적해는 단순하다.
Opus 기본값 + 쿼터 압박 시 Sonnet 다운시프트. 판단 기준은 사용량 하나.
Sonnet 5가 이기는 영역의 격차는 한 자릿수 포인트다(Terminal-Bench 80.4 vs 74.6, 지식노동 1618 vs 1615). 이 차이를 실무에서 체감할 확률보다, 매 작업마다 “이건 어느 모델이지?”를 고민하는 인지 비용이 훨씬 크다. 최적화의 한계효용이 스위칭 피로보다 작으면 최적화를 버리는 게 공학적으로 맞다.
이게 나 혼자만의 정신승리인지도 확인해봤다. 아니었다.
- 커뮤니티는 실제로 “옵티마이저 vs 심플리파이어” 두 진영으로 갈려 있다. Sonnet 5 출시 당시 HN 스레드에도 “대부분의 코딩에 Sonnet”파와 “어려운 걸 하면 그냥 큰 모델 써라”파가 공존한다.
- “모델은 셋이지만 Opus랑 Sonnet만 쓰고 Haiku는 거의 안 쓴다, Opus 풀로 쓰다 5시간 한도 오면 조절한다”는 실무 운용 증언이 그대로 있다. 라우팅 최적화를 권하는 가이드들조차 “Max 플랜 개발자 다수가 모든 작업을 Opus로 돌린다”를 전제로 깔고 시작한다.
Haiku에 대해서도 정리하고 간다. “가벼운 작업엔 Haiku”라는 말 때문에 Haiku 답변을 받으면 일단 의심하고 Sonnet으로 재확인하게 되는데, 그 순간 이미 Haiku의 존재 이유(비용 절감)가 소멸한다. 신뢰 안 가는 모델의 싼 답변은 공짜여도 비싸다. 대화형 워크플로에서 Haiku는 없는 모델 취급한다.
단, 이 결론은 조건부다. 조건이 바뀌면 답도 바뀐다.
| 조건 | 답 |
|---|---|
| Max 구독 + 대화형 작업 | Opus 기본 + 쿼터 조절 (이 글의 결론) |
| Pro 요금제 (쿼터 빡빡) | Sonnet 기본 + 선별 에스컬레이션 |
| API 종량 과금 | 라우팅 최적화가 실돈 — 매트릭스 게임 유효 |
| 무인 자율 파이프라인 | 여전히 라우팅 — 아래 참고 |
라우팅이 여전히 유효한 한 곳 — 무인 파이프라인
대화형 세션과 무인 자동 파이프라인은 지배 변수가 다르다. 전자는 인지 비용, 후자는 쿼터 소모. 무인 반복 작업에 Opus 상시는 쿼터 낭비가 맞다.
여기서의 라우팅은 매번 판단하는 게 아니라 서브에이전트 정의 파일 frontmatter에 한 번 박아두는 방식이다.
---
name: explorer
model: haiku
effort: low # 코드베이스 탐색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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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별로 model/effort를 고정해두면 위임할 때마다 자동 적용된다. 서브에이전트는 기본적으로 세션 모델을 상속하기 때문에, 이걸 안 하면 Opus 세션에서 띄운 단순 탐색 에이전트도 Opus로 돌아간다. 무인 파이프라인 한정으로는 이 설정이 여전히 답이다.
덤 —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본질에 대한 재정리
이 고민을 하다가 하네스 엔지니어링에 대한 생각도 한 번 정리하게 됐다. 예전 글에서 다뤘던 주제인데, 솔직한 체감으로는 하네스 유행 전후로 결과물 품질의 큰 차이를 못 느낀다. 이 관찰은 틀리지 않았다. 강제 플래닝, 투두 리스트, 서브에이전트 분해 같은 하네스 패턴은 원래 약한 모델의 결함을 외부 구조로 보정하는 목발이었고, 최근 모델들은 그걸 내장하기 시작했다. Anthropic 스스로 “팬아웃 시키고 싶으면 명시적으로 요구하라”고 가이드를 바꿨다는 건 병렬 분해가 더 이상 기본 이득이 아니라는 자백이다. 단일 태스크의 품질 상한은 모델이 정하고, 하네스는 그 상한을 못 올린다.
그럼 하네스의 가치는 뭔가. 축이 세 개 남는다.
| 하네스의 기여 | 실체 |
|---|---|
| 품질 상한 | 없음 — 모델이 결정 |
| 품질 하한/분산 | 있음 — 장기 세션 컨텍스트 오염 방지, 검증 게이트. “평소 더 좋아짐”이 아니라 “가끔 크게 망하는 케이스가 사라짐” |
| 토큰/비용 | 있음 — 컨텍스트 격리, 역할별 라우팅 |
| 무인화·리스크 제어 | 핵심 — 권한 체계, human-gated push, 폴링 파이프라인. 감독 없이 돌려도 사고가 안 나는 상태 그 자체 |
하네스 없는 프론티어 모델은 아무리 똑똑해도 옆에 앉아 있어야 하는 도구고, 하네스가 붙어야 자는 동안 도는 시스템이 된다. 품질도 비용도 아닌 세 번째 축 — 무인 운영 가능성 — 이 하네스의 진짜 본질이다.
커리어 관점으로도 시사점이 있다. “병렬 에이전트 토폴로지 짜기” 같은 유행하는 부분은 모델에 흡수되면서 감가상각이 제일 빠른 스킬이다. 반면 검증 설계, 권한 경계, 스펙 품질, 실패 모드 정의 — 지루한 쪽 절반은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허용되는지”를 시스템에 새기는 일이라 모델이 흡수하지 못한다. 오래가는 쪽은 후자다.
마무리
이번 주의 결론을 요약하면:
- 메인 전환은 안 한다. 하네스 자산(권한 체계, 훅, 파이프라인)의 무게 + scope creep이 사라진다는 보장 없음. 다만 Codex 비중을 올려 2주 병행 테스트는 진행한다.
- Fable은 자문 포지션. 크레딧 소액 충전, 난제 전용 호출.
- 대화형 세션은 Opus 기본 + 쿼터로만 조절. 벤치마크 매트릭스는 잊는다. Haiku는 없는 모델 취급.
- 무인 파이프라인만 frontmatter 라우팅 유지.
- 모델 선택 피로는 어느 진영이든 동일하다. GPT로 가도 Sol/Terra/Luna × effort 매트릭스가 기다린다. 답은 진영 이동이 아니라 최적화 게임에서의 하차다.
3일 된 모델의 하이프에 월 구독 구조를 바꾸는 건 합리적 판단이 아니다. 2주 뒤 scope creep 빈도와 재프롬프팅 횟수를 직접 비교한 데이터로 다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