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의 새 모델이 나왔다가 사흘 만에 사라졌다. 6월 9일 출시, 6월 12일 미국 정부 지시로 전 세계 외국인 접근 차단. 어떤 모델이었고, 왜 막혔는지 정리한다.


Fable 5가 뭔지

Anthropic이 2026년 6월 9일 발표한 최신 모델이다. 모델 ID는 claude-fable-5. 같이 발표된 Mythos 5는 사이버 방어 전문가와 제한된 연구자 그룹 전용이고, Fable 5는 일반 유료 플랜 사용자에게 제공될 예정이었다.

Anthropic이 “Fable”이라는 새 명칭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기존 Claude 4.X 라인업(Opus 4.8, Sonnet 4.6, Haiku 4.5)을 대체하는 독립 계통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힌 최상위 계층에 가깝다. 구조는 아래 아키텍처 섹션에서 다룬다.


성능 — 실제로 어느 정도였나

Anthropic이 공개한 수치 기준으로 정리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Stripe와의 테스트에서 2개월 걸릴 분량의 작업을 하루 만에 완료했다고 밝혔다. GitHub과 Cursor 모두 자사 벤치마크에서 현존 최고 성능이라고 평가했다.

장문맥 처리 컨텍스트 윈도우 크기 자체는 Opus 4.8과 같은 1M 토큰이지만, 그 안에서 정보를 실제로 활용·회수하는 성능이 이전 모델 대비 3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긴 작업일수록 Fable 5의 우위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지식 업무 Hebbia Finance Benchmark 최고점. 금융 거래 분석에서도 상위 평가를 받았다.

비전 과학 논문에서 세밀한 수치를 추출하거나 스크린샷만으로 웹앱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가격 입력 토큰 백만 개당 $10, 출력 토큰 백만 개당 $50(Anthropic 공개 기준). 이전 Mythos Preview 대비 절반 이하 가격으로 책정됐다.


Fable 5 아키텍처 — GPT-5.5처럼 단일 모델인가

GPT-5.5와 결론은 비슷한데 구조가 다르다.

GPT-5.5는 텍스트·이미지·오디오·비디오를 처음부터 단일 모델로 처리하는 완전한 단일 아키텍처다. Fable 5는 그런 의미의 “단일 모델”이 아니다. 기존 Opus/Sonnet/Haiku 라인업 위에 얹힌 최상위 계층이다. Fable 5 = Mythos 5와 동일한 기반 모델인데, 일반 공개용으로 안전 분류기를 활성화한 버전이 Fable 5고, 파트너 전용 비제한 버전이 Mythos 5다.

즉 Fable 5가 나왔다고 Opus, Sonnet, Haiku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실제로 사이버보안·바이오 관련 쿼리는 Fable 5가 Opus 4.8로 자동 라우팅한다. 단일 모델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계층 구조가 살아있다.

추론 방식 차이

Opus 4.8의 특성 중 하나는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기보다 한번 더 해석해서 뭔가를 추가하려는 경향이다. 더 많이 생각할수록 지시를 더 넓게 읽는 현상이다. Fable 5는 “항상 켜진 Adaptive Thinking(always-on)”을 탑재했다. Opus 4.8도 동적 추론을 하지만 노력 수준을 수동으로 설정한다. Fable 5는 태스크 복잡도에 따라 모델이 알아서 추론 깊이를 결정한다.

연구에서 Fable 5와 Opus 4.8의 사고 유사도가 코사인 0.83으로 나왔다.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데 Fable 5가 더 빠르고 말이 적다는 의미다. “꼬는 경향”이 줄었다는 실사용 평가도 나왔지만, 단정하기엔 실사용 데이터가 쌓이기 전에 막혔다.

이전 Claude 모델들과 비교하면

항목 Haiku 4.5 Sonnet 4.6 Opus 4.8 Fable 5
포지셔닝 경량·빠름 범용 균형 최고 성능 장기 자율 작업
컨텍스트 윈도우 200K 1M 1M 1M
장문맥 활용 성능 약함 보통 강함 Opus 대비 3배
출력 단가 $5/M $15/M $25/M $50/M
추론 방식 없음 Adaptive Adaptive Always-on Adaptive

Fable 5는 Opus 4.8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올라가는 구도다. 에이전트 워크플로우처럼 감독 없이 오래 돌아가는 작업일수록 격차가 커진다고 설계됐다.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직접 경쟁 상대는 OpenAI의 GPT-5.5(4월 출시)와 Gemini 3.5 계열이다.

공개된 벤치마크 기준으로는 Fable 5가 앞선다. SWE-bench Verified에서 Fable 5가 95.0%, GPT-5.5가 약 78%로 격차가 크다. SWE-bench Pro는 80% 대 58.6%. 코딩과 멀티모달에서 특히 벌어진다. 대신 GPT-5.5가 출력 단가($30/M)와 생태계 통합에서 앞선다. Fable 5는 출력 $50/M로 더 비싸다.

다만 이 수치는 대부분 Anthropic과 일부 벤치마크 집계에 의존한다. 출시 3일 만에 막혀서 독립적 실무 검증이 거의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안전장치 측면에서는 세 가지 내장 분류기를 탑재했다: 사이버보안 오용 차단, 바이오·화학무기 관련 쿼리 차단, 모델 능력 불법 추출 방지. 이 때문에 “안전장치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사용자 불만이 먼저 나왔을 정도였다.


왜 갑자기 막혔나

6월 12일, 미국 정부가 수출 규제 지시를 내렸다. 외국인 전체에 대해 Fable 5와 Mythos 5 접근을 중단하라는 내용이다.

정부 측 주장은 두 가지다. 국가 안보 위협, 그리고 특정 탈옥 기법 발견.

Anthropic의 반박도 공식으로 나왔다. “발견된 탈옥은 좁은 범위의 비범용적 취약점이며, 다른 주요 모델들도 동등한 수준의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모델을 선별해 막는 근거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Mythos 5가 함께 차단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Mythos 5는 사이버 방어 전문가 전용 모델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정부의 경계 대상이 됐을 수 있다. 공격적 사이버 작업 차단을 위한 분류기를 탑재했다고 해도, “방어 전문가 전용”이라는 레이블이 역설적으로 통제 대상이 됐다.


한국 통신사 루머 — 팩트체크

루머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백악관 관리 2명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고, 국내 언론(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뉴스핌)도 복수로 확인했다.

경위는 이렇다. Anthropic은 Mythos 5 우선 접근권을 부여할 111개 기업·기관 명단을 미국 정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았다. 이후 약 50곳이 추가로 접근권을 받았다고 정부에 알렸는데, 추가 명단 제출은 며칠 미뤘다. 당국이 뒤늦게 받은 명단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국 통신사가 포함된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수출 규제 검토의 직접적 트리거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몇 가지 사실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확인된 것: 백악관 관리들이 명단에서 중국 연계 의혹이 있는 한국 통신사를 발견했다는 사실 자체는 복수 언론이 확인했다.

미확인인 것: 해당 통신사의 이름은 어떤 언론도 공개하지 않았다. “모 통신사”로만 알려진 상태다.

정부의 추가 우려 — 모델 증류: 단순 탈옥보다 더 근본적인 우려가 있었다. 모델 증류(distillation)는 모델 가중치를 직접 빼내지 않아도 API 접근만으로 출력 패턴을 학습해 능력을 복제하는 방식이다. Fable 5 수준의 모델에 충분한 접근권이 있으면 더 작은 모델을 그 능력에 가깝게 훈련시킬 수 있다. API 접근 자체가 안보 문제가 되는 이유다. Anthropic도 이 위협을 인지해 증류 방지 분류기를 탑재했지만, 정부는 그걸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용자 입장에서

누가 막혔나: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 누구도 못 쓰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는 이론상 허용 대상이지만, Anthropic이 실시간으로 국적을 검증할 방법이 없어서 전 세계 완전 차단을 선택했다. 미국인도 지금 못 쓴다.

한국만 따로 추가 차단될 가능성은? 낮다. 이번 조치는 Anthropic의 선택이 아니라 미국 정부 지시다. Anthropic 입장에선 한국 사용자를 자체적으로 차별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앞으로 Mythos급 엔터프라이즈 접근 심사에서 한국 기업이 더 까다로운 검증을 받게 될 가능성은 생겼다.

연좌제 문제: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억울한 구조가 맞다. 이름도 공개되지 않은 어떤 통신사의 행동이, 아무 관계없는 수백만 한국 사용자의 접근을 막는 빌미가 됐다. 이건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고, 해당 통신사가 밝혀진다면 책임 소재 논의가 따라붙을 것이다.


지금 상황

현재 Fable 5와 Mythos 5는 사용 불가 상태다. Anthropic은 정부 지시에 협조하면서도 공개 반박 성명을 냈다. “이 기준을 업계 전반에 적용하면 모든 프론티어 모델 출시가 사실상 멈춘다”는 주장이다. 이 정도의 공개 반발은 이례적이다.

Anthropic은 접근 복구를 위해 정부와 협상 중이다. 수혜자 명단 검증과 보안 조치 강화 후 제한이 풀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점은 미확정이다.


써봤지만 다 쓰지 못했다

AI 에이전트를 주된 작업 도구로 쓰는 입장에서 이번 사건이 남긴 것들을 정리한다.

잠깐 써본 탓에 Opus 4.8의 “지시를 꼬아서 해석하는” 경향이 줄었는지 체감하기도 전에 막혔다. 이게 첫 번째 허탈함이다.

두 번째는 더 구조적인 문제다. 내가 어떤 국적인지에 따라 내일 당장 주요 작업 도구가 사라질 수 있다. 미국 정부 결정 하나가 나의 업무 환경을 바꾼다.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일하는 사람일수록, 이 의존도를 당연하게 여겨왔다면 이번에 처음 불편함을 느꼈을 거다.

세 번째는 한국인으로서의 복잡한 감각이다. 앞서 말한 연좌제 구조를, 도구를 빼앗긴 당사자로서 그대로 체감하고 있다.

단일 모델이나 단일 공급자에 워크플로우를 전부 올리는 건 위험하다. 이 사건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그 리스크를 보여줬다. 규제가 풀리면 Fable 5를 쓸 거다. 그러면서 동시에 의존도는 분산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갖고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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