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이겠지만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새 기술과 툴이 나온다. 그 흐름 속에서 내 개발 환경이 어떻게 재편됐는지,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들인 Orca라는 ADE가 뭔지 정리한다.


인텔리제이 얼티밋, 10년 만에 구독 종료

업무용 윈도우11 노트북 기준으로 얘기하면, 올해 인텔리제이 얼티밋 구독을 연장하지 않았다. 10년을 구독했는데 끊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코딩의 대부분을 클로드 코드로 하기 때문에 IDE가 할 일이 없어졌다. 인텔리제이한테 남은 역할은 로컬 서버 띄우는 것뿐인데, 그건 구독 끊으면서 받은 폴백 버전(2025)으로도 충분하다. 이클립스로 돌아가는 선택지는 없다. 느리고 UI도 구려서 앞으로도 쓸 일 없다.

그래서 지금 업무 환경은 이렇다.

  • PowerShell 7 — CLI에서 클로드 코드로 작업
  • Zed — 수정된 파일 확인용 에디터
  • 인텔리제이 폴백 버전 — 로컬 서버 기동 전용

IDE가 작업의 중심이던 시절에서, 터미널이 중심이고 에디터는 뷰어에 가까워진 구조로 바뀐 거다. 고사양 데스크탑도 사정은 비슷하다. 언리얼이나 유니티가 깔려 있긴 한데, 아직 이 엔진들을 본격적으로 굴릴 게임을 개발 중인 게 아니라서 사실상 업무용 구성과 같다.

개인 프로젝트는 전부 맥북에서 한다. 여기도 구조는 동일했다. Zed + cmux에서 클로드 코드, 그리고 Xcode. 그런데 이 구성이 이번에 바뀌었다.


Orca — Zed + cmux가 하나의 앱으로

Orca라는 툴을 알게 됐다. 스스로를 ADE(Agent Development Environment)라고 부른다. IDE가 사람이 코드를 짜는 환경이라면, ADE는 에이전트 여러 개를 굴리는 것 자체를 중심에 둔 환경이다.

써보고 내린 체감 한 줄 요약: Zed + cmux가 하나의 앱에 합쳐진 것. 에디터, 터미널, 에이전트 관리, 내장 브라우저가 한 화면에 있다. 그래서 cmux는 바로 지웠다. 이틀 전에 cmux 사용 설명서를 올렸는데 그 글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이다. 요즘 툴 교체 주기가 이렇다.

현재 맥북 구성:

  • 기본 터미널: Ghostty
  • 에디터: Zed
  • 에이전트 작업: Orca (지금 이 글도 Orca에서 열린 클로드 코드가 작성하고 있다)

Orca는 윈도우 버전도 있어서 회사 노트북에도 깔 예정이다. 그러면 회사 구성은 Zed + PowerShell 7 + Orca + 로컬 서버용 인텔리제이 폴백이 된다.


Orca가 뭔지 좀 더 파보면

Stably AI(YC W22)가 만든 오픈소스다. MIT 라이선스에 무료고, GitHub 스타가 1.5만을 넘겼다. 구독을 새로 파는 게 아니라 이미 쓰고 있는 클로드 코드·Codex 구독을 그대로 물려서 쓰는 BYOS(bring your own subscription) 모델이라 추가 비용이 없다. 지원 에이전트가 25종을 넘는다. Claude Code, Codex, Cursor CLI, OpenCode, Copilot CLI 등 웬만한 건 다 붙는다.

핵심 설계는 이거다. 태스크 하나 = git worktree 하나 = 터미널 하나 = 브라우저 탭 하나. 작업마다 격리된 worktree가 생기고, 거기서 에이전트가 돈다. 브랜치 오가면서 stash 하는 짓이 구조적으로 사라진다.

이 위에 얹힌 기능 중 눈에 띄는 것들:

  • 병렬 fan-out: 프롬프트 하나를 N개 에이전트에 동시에 던지고, 각자 격리된 worktree에서 작업시킨 뒤 결과를 나란히 diff로 비교한다. 마음에 드는 hunk만 체크박스로 골라 머지 worktree에 합친다. git cherry-pick으로 손머지하던 걸 UI가 대신한다
  • Design Mode: 내장 브라우저에서 웹페이지 요소를 클릭하면 그 요소의 HTML·CSS·스크린샷이 에이전트 프롬프트 컨텍스트로 바로 들어간다. 셀렉터 복사해서 붙여넣는 왕복이 없다
  • 칸반 보드: 에이전트 worktree들을 카드처럼 상태별로 드래그해서 관리한다. 에이전트가 많아지면 터미널 탭이 아니라 태스크 보드로 보게 된다
  • 모바일 컴패니언: 에이전트가 끝나면 폰으로 푸시가 오고, 폰에서 승인/반려까지 된다
  • CLI + 자동화: orca CLI로 worktree·터미널·브라우저를 전부 스크립트로 조작할 수 있고, 스케줄 자동화도 붙는다

실무자들 반응을 훑어보면 평가 지점이 명확하다. 기존 에디터에 에이전트 기능을 얹은 게 아니라 병렬 에이전트를 1급 설계 단위로 놓고 만든 첫 툴이라는 것. 단일 에이전트로 하루 5~10개 태스크를 처리하던 사람이 Orca로 플릿을 굴리면서 30~50개까지 올랐다는 커뮤니티 벤치마크도 돈다. 수치 자체보다, 병목이 “에이전트의 속도”에서 “내가 결과를 리뷰하는 속도”로 옮겨간다는 방향성이 맞다.

단점도 있다. 릴리즈가 거의 매일이라 잔버그가 수시로 생겼다 사라지고, 에이전트 여럿 띄우면 메모리를 꽤 먹는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에이전트 3개를 병렬로 돌리면 사용량도 3배로 탄다. fan-out은 공짜가 아니다.


정착, 다만 조건부

앞으로 또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이제 정착해도 될 것 같다. 터미널 중심 + 에이전트가 일하고 나는 리뷰하는 구조 자체는 더 바뀔 게 없어 보인다.

다만 Orca는 아직 “써보는 중”이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툴이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출구 전략도 정해뒀다.

  • 더 뛰어난 완전한 1:1 대체제가 나오면 → 갈아탄다
  • 구려지면 → 지우고 Ghostty나 PowerShell 7에서 tmux/psmux로 돌아간다

도구는 이렇게 다루는 게 맞다. 애착 갖지 말고, 언제든 버릴 수 있게 얇게 쓰고, 핵심 워크플로우(CLI에서 에이전트로 작업)는 도구에 종속되지 않게 유지한다. 10년 쓴 인텔리제이도 끊는 마당에 못 버릴 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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